20만 건을 20건으로 좁히는 데 21시간이 걸렸다
에이전트 950개가 돌린 깔때기의 실제 모양
앤트로픽이 9월 23일 자체 생명과학 연구실의 첫 결과를 냈다. 에이전트 950개가 21시간 동안 2억 1,000만 토큰을 쓰며 효소 20만 개를 긁었고 후보 3,500개를 거쳐 보고서 20건으로 좁혔다. 사람이 한 일은 첫 지시문과 실험이다.
숫자를 순서대로 놓으면 이렇다. 역전사효소 20만 개 이상 수집, 후보 시스템 3,500개 추림, 사람이 읽을 보고서로 만든 것 20건. 이 과정에 에이전트 약 950개가 21시간 붙었고 토큰 2억 1,000만 개가 들어갔다.
앤트로픽이 9월 23일 자체 생명과학 연구실의 첫 결과를 공개했다. Claude가 DNA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CRISPR과 비슷한 반복 서열을 낀 새 효소 시스템을 찾아냈고 연구팀은 이를 ART(array-associated reverse transcriptase)라고 부른다. 기능은 아직 모른다.
한 줄 정리
앤트로픽이 에이전트 950개를 21시간 붙여 유전체 데이터에서 미기재 효소 시스템 하나를 건져 냈고 사람의 개입은 첫 지시문과 실험실 작업으로 제한했다.
한눈에 보기
| 단계 | 규모 |
|---|---|
| 수집한 역전사효소 | 20만 개 이상 |
| 추린 후보 시스템 | 3,500개 |
| 보고서로 쓴 후보 | 20건 |
| 투입 에이전트 | 약 950개 |
| 소요 시간 | 21시간 |
| 쓴 토큰 | 2억 1,000만 |
앤트로픽은 같은 분석을 숙련 연구자가 하면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린다고 적었다. CRISPR 유전자 편집의 개척자인 MIT 펑 장 교수는 프리프린트를 읽고 이 발견을 더 들여다볼 만하다고 평했다.
좁히는 비율이 이 파이프라인의 본체다
20만에서 3,500으로, 다시 20으로. 앞 단계는 한 자리씩 줄고 마지막 단계에서만 두 자리가 줄었다. 쏟아 낸 가설을 다시 기각하는 데 계산량 대부분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앤트로픽이 적어 둔 작업 순서도 같은 모양이다. Claude가 해당 단백질 계열의 문헌을 읽고 공개 데이터로 기존 결과를 재현해 자기 방법이 맞는지 먼저 확인한다. 그다음 알려진 체계에 안 들어맞는 이웃 유전자를 찾고 후보마다 기능 가설과 근거를 적은 짧은 보고서를 쓴다. 이어지는 분석에서 Claude가 그 근거를 스스로 깬다. 한 번의 조사가 검증할 후보 하나로 끝나기도 하고 하나도 없이 끝나기도 한다.
ART를 찾은 순간의 기록도 그 위에 얹혀 있다. 에이전트가 역전사효소 옆 DNA를 훑다가 눈으로 보이는 탠덤 반복 배열을 발견했고 반복 수를 세고 간격을 재고 알려진 체계와 배치를 비교한 뒤 문헌에 같은 보고가 있는지 찾았다. 그러고 나서야 사람 검토용 보고서를 냈다.
발견한 것은 아직 기능을 모르는 시스템이다
ART는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역전사효소, 그 옆에 붙은 짝 유전자,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긴 DNA 반복 배열이다. 배열의 생김새가 CRISPR 배열과 닮았고 앤트로픽의 첫 실험에서 이 배열이 서로 다른 짧은 RNA들로 발현되는 것까지 확인됐다.
주의할 대목은 여기서 멈춘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ART가 무엇을 하는지 아직 모른다고 그대로 적었다. 바탕이 된 역전사효소 자체는 점보 파지에서 이전 연구가 이미 찾아 둔 것이고, Claude가 처음 알아본 부분은 그 옆의 비암호화 반복 배열과 기능 미상의 보조 단백질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발견이라는 말과 규명이라는 말 사이의 거리가 꽤 있다.
그래도 이 거리를 감안하고 봐도 남는 게 있다. 유전체 마이닝은 원래 데이터베이스에서 아무도 특징을 밝히지 않은 유전자를 찾아내고, 그중 이상한 것을 알아보고,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는 순서로 간다. 이 중 두 번째 단계, 즉 이상한 것을 알아보는 일이 21시간짜리 작업이 됐다.
가설을 너무 많이 만들면 가설 자체가 연구 대상이 된다
앤트로픽이 짚은 부분이 여기다. 한 번의 캠페인에서 후보 보고서가 수백에서 수천 건 나오다 보니, 검증할 값어치가 있는 제안과 버린 제안이 무엇 때문에 갈리는지를 팀이 따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얻은 것은 다시 Claude에게 주는 지시문으로 들어간다.
도구도 특별하지 않다. 연구팀은 Claude Science와 Claude Code를 쓰고 병렬 세션을 묶을 때만 자체 하네스를 얹는다. 둘 다 누구나 쓰는 제품이다. 실험실 작업은 전부 사람이 한다. BSL-1과 BSL-2 수준만 다루고 사람을 감염시키는 병원체는 취급하지 않는다.
앤트로픽이 실험 자동화까지는 가지 않은 이유도 적혀 있다. 분자생물학 연구의 실험 흐름이 그때그때 바뀌는 성격이라 로봇에 맡기기가 잘 안 맞는다는 판단이다. 자동화하기 좋은 구간과 사람이 붙어야 하는 구간을 나눈 선이 여기서 드러난다. 데이터 위에서 좁히는 일은 기계로, 물성이 걸린 검증은 손으로.
위시클레이 관점
950이라는 숫자를 부러워할 자리가 아니다. 눈여겨볼 곳은 20만 대 20의 비율, 그리고 그 비율을 만든 기준을 팀이 따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는 대목이다.
에이전트를 여러 개 돌려 자료를 긁는 일은 이제 카드값 문제로 내려왔다. 경쟁사 가격을 훑든 리뷰를 모으든 지원사업 공고를 뒤지든, 넓게 긁는 단계에서 갈리는 팀은 거의 없다. 갈리는 지점은 3,500을 20으로 줄이는 규칙을 누가 글로 적어 두었느냐다. 앤트로픽은 그 규칙을 사람의 판단으로 두지 않고 지시문에 다시 써 넣는 순환을 만들었다. 조사가 후보 0건으로 끝나도 되는 설계라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무조건 몇 건은 건져 오게 만든 파이프라인은 좁히는 기준이 없는 파이프라인이다.
소규모 팀이 이 구조를 옮겨 올 때 실제로 드는 비용은 토큰이 아니라 기준을 문장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리드 3,500건 중 20건만 영업이 본다면, 그 20건을 고른 이유를 한 번 적어 두는 작업이 다음 달 3,500건에도 그대로 쓰인다. 21시간은 기계가 낸 숫자고 그 앞의 지시문 한 장은 사람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