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를 막자는 쪽과 미국도 하자는 쪽
YC 대표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답했다
Anthropic이 9월 위협 보고서에서 중국 랩들의 무단 증류를 고발했다. 같은 주에 Y Combinator 대표는 규제 당국이 손대지 말고 미국판 증류 체제를 만들자고 했다. 싸움의 문장은 고객이 API 응답으로 무엇을 해도 되느냐다.
증류를 두고 같은 주에 정반대 얘기가 나왔다. Anthropic은 9월 위협 인텔리전스 보고서 두 번째 편에서 중국 랩들이 신원을 감춘 채 허가 없이 증류했다고 적었다. 사기와 탈취한 자격증명을 썼다는 대목도 들어갔다. Anthropic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그 전에도 미국 규제 당국에 단속을 요구해 왔다.
같은 주에 Y Combinator 대표 개리 탠은 CNBC에서 규제 당국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미국판 증류 체제를 만들자는 말을 붙였다.
한 줄 정리
증류를 절도로 볼지 API를 산 쪽의 권리로 볼지가 갈리면서 오픈웨이트 모델의 값과 개수가 그 결론에 걸리게 됐다.
한눈에 보기
| 쟁점 | Anthropic | 개리 탠 (Y Combinator) |
|---|---|---|
| 문제 삼는 대상 | 신원 위장과 자격증명 탈취를 낀 무단 증류 | 규제 자체가 문제 |
| 규제 당국에 요구 | 단속 | 개입하지 않기 |
| 대안 | 오픈웨이트 모델 정책 재정비 | 미국 오픈웨이트 랩도 정문으로 증류 |
| 근거 | 약관 밖의 접근이고 은폐가 있었다 | 응답 사용처까지 랩이 지시하는 건 과도 |
증류가 무엇이고 왜 지금 싸우나
증류는 한 모델을 대량으로 프롬프트해서 어떻게 답하고 어떻게 추론하는지 배운 뒤, 그 출력으로 새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이다. 랩들이 서로에게 흔히 그리고 합법적으로 써 온 방식이다. Anthropic이 문제 삼은 쪽은 기법이 아니라 경로다. 누가 접근하는지 감추고 약관 밖에서 가져갔다는 대목이다.
싸움이 지금 커진 이유는 오픈웨이트 쪽 성능이 실무 사거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9월 10일 공개된 DeepSeek-V4.1-Flash는 나흘 만에 다운로드 244,457회를 찍었다. 값싼 층이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층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돈 문제가 된다.
탠의 논거는 둘이다
첫째, 고객이 API 응답을 어떻게 쓸지까지 랩이 지시하는 건 과도한 통제라는 것. 둘째, 폐쇄형 랩들도 학습 데이터를 허락받고 긁지는 않았다는 것. 저작권자 동의 없이 대량으로 삼킨 전력이 있다. Anthropic의 15억 달러 저작권 합의가 7월에 승인된 것도 그 전력의 값이다.
탠은 훔친 자격증명을 쓰자고 하지 않았다. 미국 오픈웨이트 랩들이 프런티어 API를 드러내 놓고 합법적으로 써서 배우게 하자는 쪽이다. 공개된 데이터로 학습된 지능에 대한 접근을 제한적인 약관 뒤에 가두기보다 공공재에 가깝게 다루는 데 정부 역할이 있다는 취지로 TechCrunch에 설명했다.
그가 그리는 균형은 이렇다. 프런티어 랩은 값 프리미엄을 유지해 사업이 돌아가고 오픈웨이트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준다. 그가 진짜 무섭다고 말한 그림은 한 회사가 자본과 최고 연구자를 다 쥐고 혼자 달아나는 쪽이다.
여기서 두 사람이 실제로 다투는 대상은 중국이 아니다. 프런티어 모델의 출력을 누가 소유하느냐다. Anthropic 쪽 답은 학습에 든 비용과 그 결과물이 한 묶음이라는 것에 가깝고, 탠 쪽 답은 공개 데이터에서 나온 지능이 다시 닫히면 안 된다는 쪽이다. 중국 랩 단속은 그 원칙 싸움이 지금 걸려 있는 자리일 뿐이다.
한국 소규모 팀에는 값이 걸린 문제다
국내 15명짜리 커머스 팀이 상품 설명을 자동으로 뽑을 때 쓰는 모델은 대개 오픈웨이트 계열이거나 그걸 서빙하는 저가 API다. 그 층이 존재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증류다. 규제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 층의 두께와 가격표가 따라 움직인다.
프런티어만 쓰는 팀도 무관하지 않다. 싼 층이 얇아지면 위쪽 값을 누를 힘이 사라진다. 지금 프런티어 요금이 이 수준에 머무는 데는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압력이 섞여 있다. 오픈웨이트를 한 번도 안 써 본 팀의 청구서에도 그 압력이 반영돼 있다.
반대 방향도 봐야 공정하다. 증류가 자유로워지면 프런티어 랩이 다음 모델에 쓸 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는 Anthropic 쪽 걱정도 허구는 아니다. 탠도 프런티어가 값 프리미엄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두 사람이 다르게 답한 건 그 프리미엄을 약관으로 지킬지 기술 격차로 지킬지다.
정책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먼저 움직이는 쪽은 약관이다. 규제는 공청회와 입법을 거치지만 약관은 공지 한 줄로 바뀐다.
위시클레이 관점
이 싸움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고객이 API 응답으로 무엇을 해도 되는가.
프런티어 랩이 증류를 막으려고 그 문장을 조이면 조여지는 쪽에 우리도 들어간다. 모델 출력으로 사내 지식베이스를 채우고 그 출력으로 분류기를 학습시키고 작은 모델을 파인튜닝하는 열 명짜리 팀이 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보면 중국 랩이 했다는 동작과 같다. 규모와 경로가 다를 뿐이다. 약관 문장은 규모를 구분하지 않는다.
실제로 조항이 조여진 자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여러 랩의 약관에 경쟁 모델을 개발하거나 훈련할 목적으로 출력을 쓰지 말라는 취지의 문장이 이미 들어 있다. 그 문장이 어디까지를 경쟁 모델로 볼지는 지금까지 느슨하게 운용돼 왔다. 단속 요구가 세지면 느슨함이 먼저 사라진다.
그래서 이번 주에 할 일은 정책에 의견을 보태는 쪽이 아니다. 지금 쓰는 모델의 약관에서 출력물 재사용 조항을 한 번 찾아 읽는 일이다. 조항 이름이 회사마다 다르니 출력(output), 파생 모델, 경쟁 모델 학습 같은 단어를 찾으면 대개 나온다. 그다음은 그 조항이 바뀌어도 모델을 갈아 끼울 수 있게 짜여 있는지 확인하는 순서다.
탠이 무서워하는 그림은 회사가 하나만 남는 쪽이다. 우리가 무서워할 그림은 그보다 훨씬 작다. 쓰던 모델 하나가 조건을 바꿨을 때 옮겨 갈 데가 없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