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0건도 공공시장에 들어간다
조달청이 AI 제품 납품실적 요건을 없앴다
조달청이 8월부터 AI 제품의 공공조달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소프트웨어 단가계약 납품실적 요건이 3건에서 0건으로, 국내 신생 AI 팀에게 닫혀 있던 채널이 열렸다.
한국의 조달청이 8월부터 AI 제품의 공공조달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다. 핵심은 실적 요건이다. 소프트웨어 단가계약에 필요하던 납품실적이 3건에서 0건으로 사라졌다.
바뀐 게 이것만은 아니다. 총액계약 적격심사에서 AI 제품은 기술점수 1.5점 가점을 받고, 다수공급자계약 참여 요건도 완화됐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록 때 걸리던 3,000만원 이상 납품실적 조건도 면제됐고, 공급업체 수 요건은 기존 3개사에서 1~2개사로 내려갔다. 조달청은 이 일련의 조치로 우수·혁신 제품 중 AI 제품 지정이 90% 늘었다고 밝혔다.
한 줄 정리
공공조달의 실적 요건이 사라지면서, 납품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입찰조차 못 하던 신생 AI 팀에게 채널이 열렸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이전 | 이후 |
|---|---|---|
| SW 단가계약 납품실적 | 3건 | 0건 |
| 종합쇼핑몰 등록 실적 | 3,000만원+ | 면제 |
| 공급업체 수 요건 | 3개사+ | 1~2개사 |
| 총액계약 기술 가점 | 없음 | 1.5점 |
| AI 혁신제품 지정 | 기준 | 90% 증가 |
"실적 벽"이 사라진다는 뜻
공공조달은 오랫동안 신생 팀에게 닫힌 문이었다. 이유는 순환 논리에 있었다. 계약을 따려면 납품실적이 필요한데, 첫 계약이 없으면 실적이 쌓이지 않는다. 창업 1년차 AI 팀은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이 고리 앞에서 멈췄다.
실적 요건을 0으로 만든 건 그 고리를 끊은 조치다. 이제는 실적 이력이 아니라 제품 자체로 심사대에 오른다. 기술 가점 1.5점은 작아 보여도 적격심사에서 순위가 갈리는 구간에서는 당락을 뒤집는 크기다.
한국 공공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이건 무시할 채널이 아니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요처다. 민간 세일즈처럼 이탈이 잦지도 않다. 문제는 늘 진입이었는데, 그 진입 비용이 방금 크게 내려갔다.
그래도 남는 숙제
문이 열렸다고 자동으로 팔리는 건 아니다. 공공조달은 여전히 혁신제품 지정, 각종 인증, 문서 작업이 따라붙는다. 이 행정 부담이 1인 팀에게는 실적 요건만큼이나 실질적인 장벽일 수 있다.
동시에 스타트업 현장의 불만도 남아 있다. 한쪽에서 진입 문턱을 낮추는 사이 부처별 중복 규제는 이어지고 있어서,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입은 쉬워졌지만 그 뒤의 규제 지형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위시클레이 관점
AI 네이티브 팀이 채널을 고를 때 대개 앱스토어, 웹 세일즈, 커뮤니티 같은 민간 경로만 본다. 공공조달은 실적 벽 때문에 처음부터 후보에서 지웠다. 이번 조치는 그 지워둔 칸을 다시 검토하라는 신호다.
계산해 보자. 실적 0건으로 등록이 되고 기술 가점까지 붙는다면, 좁은 공공 문제 하나에 특화한 작은 AI 제품이 오히려 유리해진다. 범용 도구는 이미 대기업과 경쟁하지만 예를 들어 민원 응대나 특정 서식 자동 판독 같은 좁은 버티컬은 신생 팀이 제품력만으로 먼저 진입할 여지가 생긴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진입장벽이 내려간 직후는 아직 신규 사업자가 몰리기 전이다. AI 혁신제품 지정이 90% 늘었다는 건 이미 발 빠른 팀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공을 채널 후보에서 지워뒀던 국내 팀이라면,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미뤄둔 결정을 지금 다시 꺼내 볼 값이 있다.